[논평] 메가특구특별법, 재벌 특혜·노동권 후퇴 통로여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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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특구를 재계의 규제완화 실험장으로 만들 셈인가
첨단산업 육성도 노동권 보장·재벌개혁 원칙과 함께 가야

최근 복수의 언론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 산업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약칭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안에 지주회사 계열사 간 수평출자 허용, 손자회사 지분 규제 완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연구개발 분야 주52시간 상한제 제외, 파견허용 확대 등 그동안 재계가 요구해 온 규제완화 방안이 대거 포함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주회사 계열사 간 수평출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없고, 법안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메가특구는 이재명 정부가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투자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강력하게 추진하는 핵심 국정과제다. 이재명 정부의 성장과 투자 중심의 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기업규제와 노동규제 완화 요구가 특별법에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보도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는 메가특구를 재계의 소원수리를 위해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주는 ‘경제력 집중 억제와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참여연대는 메가특구특별법이 재벌 특혜와 노동권 후퇴를 위한 통로로 변질되지 않도록 정부가 분명한 원칙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

메가특구를 이유로 한 지주회사 계열사 간 수평출자의 예외적 허용 방안은 재벌 지배구조 규제의 근간을 흔든다. 지주회사 체제에서 수평출자를 금지하고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한 것은 복잡한 출자구조와 무분별한 계열 확장을 차단하고, 경제력 집중과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막기 위해 우리사회가 오랜 기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마련한 원칙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투자를 명분으로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의무보유 지분율을 현행 100%에서 50%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경제성장전략에도 지방투자와 공정위 심사 등을 전제로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첨단산업 투자 확대를 이유로 수평출자를 허용하거나 증손회사 의무지분율을 완화하는 예외를 거듭 인정하기 시작하면, 동일한 규제완화 요구가 다른 산업과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균형발전은 공공의 목표이나, 그 수단이 재벌개혁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지원을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를 허무는 방식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노동규제 완화도 심각한 문제이다.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연장하고 연구개발 분야에 주52시간 상한제 적용을 제외하며 파견허용 업종을 넓히는 방안은 과거 보수정부에서도 사회적 우려와 반발로 추진되지 못했던 내용이다. 특히, 올해 1월말 처리된 반도체특별법에서 무산된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메가특구특별법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다시 추진하려 한다면 더욱 큰 문제이다. 메가특구라는 이름 아래 이러한 규제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면, 비정규직 확대와 장시간 노동을 제도화하고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첨단산업 육성과 경제성장을 이유로 노동권은 후퇴하거나 양보할 수 있다는 발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도 성공적인 메가프로젝트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경제성장전략에서 지속적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양극화를 우리 경제의 핵심 문제로 진단하면서도 메가특구 정책에서는 투자 유치를 이유로 재벌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노동권 완화가 아니라 안정적인 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분배되는 구조에서 확보될 수 있다. 경제성장은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정부는 경제정책에서 노동과 시민의 삶을 중심에 두고 메가특구를 재계의 규제완화 실험장이 아니라 공공성과 노동권이 함께 보장되는 산업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메가특구특별법에서 재벌 특혜와 노동권 후퇴로 이어질 수 있는 규제완화 방안을 전면 삭제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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