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4] 연금개혁과 세대 : 미래세대 부양부담의 구조적 원인과 해법으로서 노동시장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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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영 |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연금개혁과 ‘청년세대’의 분노

“청년들이 분노했다”
“세대 착취”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폰지사기”
“국민연금 고갈로 청년세대는 국민연금 받을 수도 없을 것”

지난 2025년, 18년 만에 공적연금 개혁이 논의되는 동안 언론과 정치권에서 빈번히 등장했던 문구들이다.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정치인과 연구자, 언론에서는 저마다 ‘미래세대 보호’와 ‘세대 간 형평성’을 근거로 연금개혁안을 맹비난했고, 청년층 전체가 연금개혁, 구체적으로는 소득대체율 확대를 반대하고 제도 자체를 불신하는 것처럼 묘사하였다. 과연 그러한가?

2024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진행한 시민숙의 과정을 들여다보자. 참여자 1차 조사에서 18~29세 청년층은 ‘지출을 줄이고 재정을 안정화하자’는 재정안정안(50.3%)을 ‘보험료를 올리더라도 노후 소득을 보장하자’는 소득보장안(21.2%)보다 훨씬 더 많이 선택하였다. ‘잘 모르겠다’는 선택에도 28.5%가 몰렸다. 그러나 전문가 강연, 데이터 학습, 며칠간 이어진 토론과 숙의를 거친 후 3차 최종 조사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청년층의 53.2%가 소득보장안을 선택하였고, 재정안정안의 지지는 44.9%로 역전된 것이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애초 재정안정안을 택했던 응답자 중 51.6%가 소득보장안으로 선택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전이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청년들의 불신과 불안은 제도의 본질에 기인한다기보다 일상에서 ‘국민연금/연금개혁 = 세대 착취’라는 프레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충분한 정보와 자료, 숙의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언론이 그토록 주목하는 청년 세대는 오히려 공적연금의 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정치권과 언론이 집요하게 호출해 온 ‘분노한 청년’은 누구인가? 기호학에는 ‘텅 빈 기표(floating signifier)’라는 개념이 있다. 그 자체로는 특정한 실체, 고정된 의미가 없지만, 누군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맞춰 그 의미를 채워넣을 수 있는 기호를 의미한다. 오늘날 ‘청년’이 바로 그 텅 빈 기표에 해당한다. <청년팔이 시대>의 저자, 김선기 또한 청년세대를 “청년층 연령·출생 코호트를 실정적으로(positively) 지칭하는 기표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복지·경제정책·인구문제·정치이념 등과 관련된 특수한 이해들이 응축되어 있는 기표”(김선기, 2016)로 정의한 바 있다. 연금개혁 담론에서 ‘세대 형평성’ 프레임이 2010년대 즉, ‘청년’ 기표가 유행처럼 담론영역에 확산되기 시작할 때 본격화되었다는 사실(이다미 외, 2025) 또한 청년-기표가 일종의 전략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 시민숙의 전후 조사(20-30대 응답)

억대 연봉을 받는 대기업 노동자 청년과 노동시장 안팎을 오가며 불안정 노동을 하는 청년의 삶은 같을 수 없고, 속된 표현으로 금수저 청년과 흙수저 청년의 삶이 같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론영역에서 청년은 단일한 이해관계를 갖는 피해자 집단으로 묘사되며, 연금개혁 논쟁에서 ‘총알’처럼 소비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청년에게 유·불리하다’, ‘청년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주장을 접할 때 반드시, 이 언설 혹은 주장이 사실은 ‘어떤’ 청년을 대변하고 있는지 한 번 더 따져 물어야 한다. 세대에 과몰입하게 되는 순간 계급과 계층 격차와 세대 내 불평등이라는 또 다른 불평등을 놓치게 될 위험이 있다. 청년세대가 공유하는 것은 특정한 정체성이나 경제적 유·불리가 아니라 불평등 심화로 인한 ‘분열’과 부양부담의 증가라는 시대적 조건이다. 그리고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양 부담 증가의 핵심 원인은 기성세대의 이기심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변화에 있다.

진짜 문제, 부양부담의 심화

미래세대 부양부담 심화의 본질은 연금제도 설계보다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동이라는 불가항력적 사회조건의 변화에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고령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노년부양비’가 있다. 노년부양비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100명일 때, 노인(65세 이상)의 인구수를 의미한다. 한국의 노년부양비 상승 속도는 국제적으로도 유례없이 가파르다(이영숙, 2025). 2070년에는 100을 초과하여 생산연령인구 1명당 1명의 노년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국가데이터처, 2023). 한국은 인류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이 시기가 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노년부양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대수명 연장과 초저출생 현상의 지속 현상이 맞물리면서 발생하는 노년부양비의 급증은 공적연금 체계의 근간을 직접적으로 흔든다. 생애주기 가운데 일을 하는 시기에 보험료를 내고, 노후를 맞아 연금을 받는 구조에서 노년부양비 증가는 기여자는 급격히 줄어들고, 수급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남을 의미한다. 부양비가 20일 때는 가입자 5명이 1명의 연금을 나누어 부담하면 됐지만, 부양비가 100이 되면 가입자 1명이 수급자 1명의 연금을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는 연금 재정의 수지 불균형을 야기하고,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율을 수직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노년부양비 추계

노년부양비 급증으로 연금재정에 위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될 때 가장 직관적인 해법은 수학적으로 급여 수준을 깎아 재정상 평형을 맞추자는 제안일 것이다. 그러나 세대 간 수익비를 맞추기 위해 연금 급여 수준을 깎는 수리적 재정 균형의 방식은 실제로 존재하는 미래세대의 부양부담 그 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공적연금의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 역할을 제한한다고 해서 부양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결국 그 부담은 개인과 가족의 몫으로 전가될 뿐이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의 노후를 사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자녀의 가처분소득은 줄어들고, 자산 격차에 따른 세대 내, 계층 간 불평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연금을 재정의 틀 안에서만 좁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그보다는 미래 사회 전체의 부양부담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담할 것인가 하는 종합적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노동시장 접근을 통한 기여 기반 확대

미래세대의 부양부담을 완화하는 한 가지 방법은 연금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사회를 떠받칠 가입자 기반 자체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청년세대가 처한 노동시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이를 연금제도에도 적절히 반영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노동시장의 많은 문제들 가운데 여성의 출산·양육 시기 노동시장 이탈과 청년세대 전반이 경험하는 현재 노동시장의 변화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여성의 비자발적 노동시장 이탈을 예방하고 연금가입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한국 여성의 연금가입 이력은 임신, 출산, 육아 시기에 급격히 단절되는 ‘M-curve’현상(경력단절)을 뚜렷하게 보인다. 돌봄 부담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여성들은 연금에서도 사각지대에 몰리게 되고 연금 기여 기반에도 악영향을 준다.

더 큰 문제는 돌봄 패널티를 회피하기 위한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으로서 비출산과 이로 인한 초저출생이 재생산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이 위기가 다시 연금 재정을 위태롭게 하는 악순환이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방지하는 노동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현행 출산크레딧을 강화하고 실효화할 필요가 있다. 출산크레딧은 자녀를 출산 및 양육함으로 인해 발생한 연금 가입 공백을 보상하기 위해, 국가가 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얹어주는 제도이다. 연금 가입 기간이 늘어나면 이후 연금액도 함께 늘어난다. 현재 출산크레딧은 자녀 1명을 출산하면 12개월, 2명은 24개월, 3명 이상인 경우 24개월에서 2자녀를 초과하는 자녀 1명마다 18개월을 합산하여 지급한다. 이미 한 차례 확대된 바 있지만, 장기간 이어지는 영유아 양육과 경력단절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부족하다. 일본과 독일은 3년의 크레딧을 인정한다. 프랑스는 기본 2년의 크레딧에 조건에 따라 추가 아동양육 크레딧을 부여하기도 한다.

기간뿐만 아니라 크레딧이 적용되는 시점도 문제다. 출산과 양육이 발생한 시기에 크레딧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수급시점에 적용되는 사후 인정방식이다 보니, 출산과 양육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최소 가입 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하거나, 남성 배우자가 연금 수급 시기에 일찍 도달할 경우 남성에게로 수급권이 편중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출산크레딧 수급자의 97.6%가 남성, 2.4%만이 여성(국민연금공단, 2025.01)인 상황이다.

물론 연금제도 내에서 돌봄을 보상하는 것으로 근본적 문제 해결은 어렵다. 남성의 돌봄참여를 의무화하는 ‘육아휴직 쿼터제’를 강화하여 여성에게만 전가되는 돌봄 부담을 분산하고, 육아 후 노동시장으로 복귀하는 경력보유 여성 재취업시 기업의 사회보험료를 일부 지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돌봄의 사회적 가치를 연금 제도 안에서 인정할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이탈을 방지하며, 사회 전체의 기여 기반을 보다 튼튼히 할 수 있다.

둘째, 청년세대의 안정적 노동시장 이행을 지원하고, 변화한 노동시장에 연금제도가 적응해야 한다. 지난 2025년, 비경제활동인구 중 별다른 활동 없이 ‘그냥 쉬었음’을 선택한 청년이 71만 명을 돌파하여 크게 화제가 되었다. 언론이나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들을 두고 일할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로 해석하기도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은행 보고서(2024)에 따르면 ‘그냥 쉬었음’ 청년의 72%는 구직 실패, 원하는 일자리 부재 등 비자발적 사유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경우였다. 더 큰 문제는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을 희망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결국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이행 실패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또 다른 거대한 사회변화는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빠른 확산이다. 최근 기술 발전은 과거의 예측과 달리 대학을 졸업한 청년층이 진입하는 정형화된 전문직, 사무직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특히 ‘연공 편향(seniority-biased)’ 현상이 관찰되고 있는데, 기존에 신규 진입자들이 담당하던 단순 반복 업무를 기술이 대체하고 기존 노동시장 내부자들이 이를 검수하는 방식으로 노동이 재편되고 있어, 신입 채용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 간 청년층 일자리가 21만 개 감소할 동안, 대체 위험이 높은 AI 고노출 업종에서만 20.8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사라졌다. 반면 50대 이상 장년층 일자리는 같은 업종에서 오히려 증가했다(한국은행, 2025). 숙련도가 낮은 청년들이 노동시장의 첫 단추를 꿰는 것조차 어려워지는 구조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청년이 마주하는 일터의 풍경은 과거와 다르다. 노동시장은 파편화된 지 오래고, 프리랜서, 플랫폼, 특수고용 등 비임금 · 독립 노동의 형태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프리랜서 규모는 약 409만 명 이상으로 추계된다(일하는시민연구소, 2023). 전체 비임금 노동자는 최근 200만 명 이상 급증하였는데, 노인과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연금이 아직까지는 ‘하나의 고정된 사업장에서 지속적으로 일하며 보험료를 납부하는 삶’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이나 독립노동 형태로 소득이 있는 청년도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 되지만, 불안정한 소득과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지역가입자 구조로 인해 실제 가입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청년기 내내 연금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최소 가입기간(10년)을 채우지 못해 수급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청년세대 연금 기여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고, 노동시장 진입을 돕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함께, 다양화된 노동의 형태를 품어낼 수 있도록 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에도 비정형 일자리의 연금 가입유도를 위해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고 있지만, 고용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한 ‘보완책’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향후에는 고용기반에서 소득기반으로 연금체계를 재구성할 수 있을지 우리 사회의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마치며: 연금개혁, 어떤 미래사회를 만들어 갈지의 문제

연금개혁과 관련한 수많은 쟁점을 세대 간 전쟁으로 환원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한다. ‘청년’이라는 이름 뒤에 존재하는 다양한 삶의 조건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외면한 채, 미래세대를 위해 연금 급여를 깎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청년을 돕는 방법이 아니다.

결국 연금개혁은 재정안정과 노후소득보장을 대립시켜 승자를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적 부양체계를 구축하는 일이어야 한다. 세대 간 형평성 논의는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기여 기반을 어떻게 확장하고 강화할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성평등한 노동환경에서 여성의 비자발적 노동시장 이탈을 막고,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며, 변화하는 노동시장 속에서도 누구나 공적연금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을 때 연금의 기여 기반이 탄탄해질 수 있다. 미래세대가 절망하지 않고 일하며,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이것이 곧 연금 기여자를 늘리고 미래세대의 부양부담을 완화하는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해법이다.

ㅣ참고문헌ㅣ

  • 국가데이터처, 2023, 장래인구추계(2017~2067).
  • 국민연금공단, 2025, ‘국민연금 출산크레딧 수급 현황’.
  •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2024, 2024 연금개혁 공론화 백서.
  • 김선기, 2016, “‘청년세대’ 구성의 문화정치학: 2010년 이후 청년세대담론에 관한 비판적 분석”, 언론과사회, 24(1): 5-68.
  • 이다미, 남재욱, 2025, “연금개혁과 세대 간 정의: 연금개혁에 관한 세대 담론 및 텍스트 분석”, 한국정책학회보, 34(1): 165-194.
  • 이영숙, 2025, “사회복지지출과 재정 부담 지표: 인구 고령화 관점에서 본 국제 비교와 시사점”, 보건복지포럼, 348: 15-29.
  • 일하는시민연구소, 2023, 『나홀로 플랫폼노동·프리랜서 노동 실태와 과제』 포럼 자료집.
  • 한국은행, 2024, 경제전망보고서(2024. 11.). 한국은행.
  • 한국은행, 2025,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연공편향(seniority-biased) 기술변화를 중심으로.” BOK 이슈노트 2025-30호

월간 <복지동향> 2026년 8월호(제3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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