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글] 노후불안이 지배하는 사회를 함께 넘어서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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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선 |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막막하게 느끼는 부분은 은퇴 후의 삶, 특히 끝도 없이 이어지는 소득 절벽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소득이 끊긴 이후에는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가?

한국의 노인은 몇 가지 대처전략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노동이다.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일하는 노인의 비율이 높다. 그런데 불안정 고용 비율이나 임금수준을 놓고 보면 다른 어느 연령대보다 노인의 일자리의 질이 낮다. 민간은 물론 공공에서도 노인은 저렴한 인력으로 취급된다. 또한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노인에게 은퇴를 마냥 미루는 것이 가능한 대책이 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특히 76세 이상 고령 노인에게 치솟는 것은 노후를 위한 대응책으로 일이란 것이 개인적, 사회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전략은 씀씀이를 줄이고 또 줄여보는 것이다. 근검절약이 나쁠 일인가 싶겠지만 지나치면 자칫 영양부족, 의료서비스 부족, 나아가 관계 단절과 사회적 고립을 낳는다. 더욱이 점점 더 큰 인구집단이 되고 있는 노인이 집단적으로 소비축소를 선택한다면 이는 일종의 경제적 재앙이 될 수 있다. 생산성의 급속한 성장을 말하는 시대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세 번째로 가족이란 대처전략에 대해서는 길게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사랑하는 것과 생계를 책임지는 것은 서로 꼭 일치하는 얘기는 아니니까.

마지막 대처전략은 바로 연금이다. 은퇴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 수명과 무관하게 국가가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바로 그 제도이다. 다른 OECD 국가들에서 노인빈곤율이 평균 10% 초반대로 훨씬 덜하며, 노후불안이 상대적으로 훨씬 낮은 이유, 노인들이 땡볕에 카드배송, 음식배달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국가가 보장하는 연금제도는 다른 대처전략에 비해서 덜 불평등하다. 일자리의 질도 가족의 지원도 계층에 따른 격차가 뚜렷한 상황에서 국가의 연금제도는 이 격차를 시정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이다. 그래서 대부분 국민의 노후보장에 국가의 연금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연금의 역할은 아직 취약하기 짝이 없다. 국민연금이 중심적인 노후보장제도로 자리 잡고 있지만, 아직 보장 수준은 너무 낮고, 수급노인 비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국민연금제도 도입이 40년이 되어가는 데에도 수급율이나 보장 수준 면에서 그 역할은 아쉽기 짝이 없다. 특히 일하는 시기에 ‘기여’를 해서 받는 연금으로는 그 수준이 국제적으로도 너무 낮다. 기초연금은 비교적 광범위한 노인, 특히 국민연금제도 도입 초기에 국가가 가입 범위를 제한한 만큼 제대로 국민연금 가입 기회를 얻지 못한 노인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국민연금 급여를 크게 깎으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기초연금 대상 범위 70%는 지금도 논란거리이다. 한국이란 국가는 공적연금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보장은 노인의 삶의 질을 지키는 데 불충분하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노인이 될 사람들의 노후 전망이 흐려 노후 불안이 크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급여가 2050년경까지는 크게 올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한국에서 노후소득안전망이 노후불안을 해소할 정도로 넓고 든든하게 펼쳐지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지속되는 노후불안의 근저에는 기술 변화와 고용형태 파편화와 이로 인한 청년들의 기회 상실, 50대 초로 당겨져 버린 정년 등 수많은 이슈들이 있다. 노후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이 문제들에 넓고 깊은 대응이 필요하다. 연금제도의 변화 역시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미래 노후불안을 국민연금 재정붕괴론을 통해 증폭시켜 왔다. 한국사회의 노동과 분배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대목에서, 국민연금 기금고갈 위기와 보험료 폭탄이라는 파괴적이고 선정적인 문구를 앞세운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래’에 대한 구상은 앙상해진다. 노후불안 해소를 위한 사회의 넓고 깊은 재구성이란 과제는 지워진다. 더욱이 공적연금을 축소시키고 그 공백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같은 사적 연금을 확대해 메우려는 기획은, 좁은 가입자 범위가 보여주듯이 제도가 작동하는 사회기반 부재라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공적연금이며, 국가의 역할이다.

이번 복지동향은 ‘연금개혁’을 다시 들고 나왔다. 윤석열 정부 후반기에 대규모의 사회적 논쟁을 거쳐, 2025년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정부 사이, 그 절묘한 시기에 국민연금개혁이 이루어진 바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노인빈곤, 나아가 다수가 안고 있는 노후불안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넓고 깊은 사회 변화, 그리고 연금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마침 이번 국회에서도 연금특위가 구성되었고, 이를 지원하는 자문위원회가 최근 활동을 끝낸 바 있다. 이번 복지동향 필진으로는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원회 위원 중 몇 분이 참여하였다. 복지동향 원고를 통해 국회특위 자문위원회의 논의 일부를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재정위기론 비판을 비롯해서 청년세대 입장에서 진짜 문제는 무엇인지, 2025년 연금개혁 이후 진짜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하였다.

남찬섭 선생님의 글은 공적연금이란 사회적 부양체계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통해 금융화의 시대, 한국에서 국가의 역할이 제도뿐만 아니라 기금에 관한 것까지 포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세은·정인영 선생님의 글은 국민연금 재정위기론에 대한 실체적 비판과 국고지원을 비롯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윤석열 정부에서부터 끈질기게 제기된 자동조정장치 도입 주장을 비판하고 있다. 김원섭 선생님은 한국이란 복지국가가 정상 작동하기 위한 공적노후보장 확충, 특히 노인빈곤 대응을 위한 보충적소득보장제도(GIS) 도입을 주장한다. 정보영 선생님은 청년 입장에서 공적연금 축소론, 즉 사회적 부양 축소 주장이 갖는 허점을 지적하고 공적연금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한 노동의 변화와 연금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제안하였다.

정책 논의의 출발점은 항상 당사자의 삶이다. 연금개혁 논의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들이 주장하는 연금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연기금 사회투자, 소득중심 사회보험 및 크레딧 확대, 보충적소득보장제도 도입 등의 대안은 모두 우리 사회의 노동과 분배구조 혁신, 그리고 연금제도의 근본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 AI와 반도체, 로봇 등 미래에 대한 논의는 풍성하지만, 유독 연금에 관해서는 단편적이고 일방적인 재정론으로 앙상해지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연금개혁 논의였다. 독자들이 이번 복지동향을 통해 기존 연금개혁 논의를 넘어 노후불안을 함께 넘어서는 사회를 도모해 볼 수 있길 바라본다.

월간<복지동향> 2026년 8월호(제3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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