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주택 공급은 ‘신속’, 전월세 안정은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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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택 확대 방향 적절, 공공임대 공급계획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공급기간 단축해도 3년, 전월세 안정대책 부족, 대출 확대 엇박자 우려  

 무주택 서민 부담가능한 장기공공임대·공공분양 확대 중요

정부는 오늘(8/13)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예고된 대로 이번 대책은‘수도권 23만호+α 추가공급’과 공공택지 사업기간 단축, 비아파트 공급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공급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공주택의 공급량을 늘리고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향은 적절하다. 서울과 수도권 주택시장의 토지 가격 상승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오세훈 시장이 요구했던 재건축·재개발 등 각종 주택 규제 완화 요구를 대부분 배제한 것은 당연하다. 이미 도시 개발이 완성되어 있는 서울에는 대규모 택지가 남아 있지 않고 서울 인구도 줄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서울에 대규모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하고 그것이 이 정부의 주거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도 안된다. 수도권의 대규모 주택 공급계획은 수도권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발표되는 것이 당연하고 앞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이남 지역의 정주 여건 개선에 사활을 걸어 서울과 수도권에 청년 인구가 몰려드는 것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번 발표에서 아쉬운 사항들이 적지 않다. 수도권 공공택지의 공공분양 계획은 구체적으로 제시한 반면, 공공임대주택 공급량 확대 계획은 발표 내용에 없고, 구체적인 배분 계획도 빠져 있다. 또한 이번 대책이 주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집중되고 과거 ‘빚내서 집 사고 세 살라’는 식의 잘못된 정책을 답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저소득층 일반가구들에 대한 정책이 크게 부족한 것도 문제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발표한대로 공공택지의 공공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되,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 및 계층별 배분 계획, 이를 실행하기 위한 예산 및 기금 확충 계획을 포함하여 이재명 정부 임기내 실행할 주거복지 로드맵과 주택임대차 안정화 방안을 조속히 발표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방안에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대상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겠다고 해서 계속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이제 서울시에서 더 이상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는 게 맞다.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공공택지 공급 확대와 조기 착공을 강조했지만 실현가능성은 적잖이 의심된다. 공공택지 발표 시점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현재 68개월에서 37개월로 단축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발생하는 토지 보상과 그 밖의 절차적 지연 요인을 용이하게 해소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특히 지구지정기간을 12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하기 위해 전략환경영향평가·재해영향성 검토 절차를 줄이고, 개발제한구역 해제 시 훼손지 복구 대신 부담금 우선 납부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상당히 우려된다. 환경·재해 검토와 개발제한구역 관련 절차를 축소·완화해 공공성을 훼손하고 훼손지 복구를 사실상 미루거나 부담금만 내고 훼손지가 복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서울강서 등 연내 10만호 물량의 신규 공공주택지구를 지정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장기 대책이고 오래 걸릴 사업이기 때문에, 이미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한 택지들의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해 실제 공급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더 중요하다. 

이번 대책 발표에 앞서 오세훈 시장과 재건축·재개발 조합을 중심으로 이주비 대출과 정비사업 규제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정부가 이를 일부 수용 했으나 공공주택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고 민간주택 공급과 관련해 민간임대(건설, 매입) 사업자의 금융 지원 확대에 보다 중점을 둔 것은 적절하다. 정비사업과 관련해 재개발 조합 설립 동의율(75→ 70%), 공공재개발·재건축 동의율 완화(67% → 60%)는 오히려 주민간 극심한 갈등을 초래하고 가난한 원주민 축출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철회해야 마땅하다. 또한 민간 주택 공급 사업을 높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기부채납을 완화한다는 방안도 필요한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 비용은 지자체가 마련하라는 것인지 의문이다. 한편, 지자체·지방공사가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공공임대주택의 매입가격(기본형 건축비 80% → 100%)을 높이고 예산 확대나 지원 대책이 없다는 것 역시 문제다. 공공임대주택을 매입할 예산을 지자체에 추가로 지원하지 않으면 매입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수가 기존보다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무엇보다 부실PF, 전세사기 문제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간 공급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 방안과 함께 공급자의 재무 건전성과 자격 검증 시스템, 관리·감독 방안이 함께 제시돼야 마땅하다. 정책 실패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촘촘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청년, 신혼부부 정책대출의 결혼패널티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보금자리론 소득요건을 부부 중 1인의 연소득 기준으로도 심사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부안 대로 부부 중 1인의 연소득이 7천만원 이하인 경우에도 정책대출이 가능하게 되면 나머지 배우자의 소득과 관계없이 사실상 대다수의 신혼부부들로 대상이 확대된다. 이는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대출의 취지에 어긋날뿐 아니라 빚내서 집사라는 신호가 되어 집값까지 자극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혼부부 대출에 대해 1인 기준 충족만이 아니라 그 상대 배우자의 소득에도 상한을 두어 정책 대출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주택공급은 기간을 아무리 단축하더라도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수년, 길게는 10여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전월세 상승은 당장 대응해야 할 시급한 문제다. 단기적으로 대출 규제 강화 방향을 흔들림없이 유지하는 한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임대차 안정화 대책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전월세 부담 완화를 위한 ‘주거 사다리’를 강화가 고소득·저자산 일부 청년과 신혼부부의 수요에 맞춘 정책 위주로 제시되어서는 곤란하다. 저소득·저자산 무주택 가구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주거대책, 즉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전월세 폭등이 없고 보증금 미반환 위험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장기민간임대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보편형 임대주택’은 이른바 ‘중산층 공공임대주택’의 이름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 중산층 임대주택은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대폭적인 확대, 기금 예산 확충을 전제로 추진돼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정책 추진으로 주택 도시기금의 여력이 소진되어 저소득층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반도체 호황으로 초과·추가 세수가 늘어난 만큼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 확대와 기금 확충 계획을 포함한 실현 가능성 있는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수립하여 이 정부 임기 말까지 추진할 공공임대주택 공급 로드맵을 조속히 발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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