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정74화] 당원만 남고, 국민은 사라진 정당 : 정당민주주의는 한국 민주주의에 기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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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와 슬로우뉴스에 중복 게재됩니다.

당원만 남고, 국민은 사라진 정당 : 정당민주주의는 한국 민주주의에 기여하는가?

조영호(서강대 교수)

2000년대 초반 삼김이 정치에서 후퇴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정당민주화는 정치개혁의 핵심의제로 등장하였다. 당시 정당개혁의 핵심적인 구호는 “정당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과거 독재자들뿐 아니라 그들에게 대항했던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도 자신의 정당을 만들었으나, 정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이승만이 자유당을 사당처럼 다루었듯이, 박정희는 공화당을, 전두환은 민주정의당을 사유화하고, 독재 권력의 도구로 활용하였다. 이에 대항하는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또한 거울효과와 같이 당을 소유하고, 지배와 투쟁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였다. 거울효과라는 것은 비유적으로 두 집단이 동질화되는 과정을 설명하지만, 정치는 싸움을 통해, 승리를 위해 극단적으로 유사해지는 과정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거울효과보다는 복싱에 가깝다. 체급이 유사하거나 다른 두 선수가 싸우는 과정에서 신체적 능력과 마음의 준비상태, 뇌운동 및 감각의 태세 등이 전반적으로 동화되는 것이다.

당원만 남고, 국민은 사라진 정당

어쨌든 2003-2004년 열린우리당을 필두로, 정당들은 독재자도, 총재도 사라진 만큼 정당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차원에서, 그리고 당시 IMF 외환위기 이후 국민들도 허리띠를 졸라맺고 정당도 이에 발맞춰 고통분담 차원에서 정당민주화와 간소화를 위한 각종 조치들을 시행하였다. 가령 중앙당을 축소하였고, 일시적이었지만 국회의원의 수도 줄였으며, 당대표와 지도부 및 주요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도 당내 선거를 통해 결정하게 되었다. 선거가 정치를 수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라는 점에서 정당의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인을 당원으로 영입하였고, 당내 큰 선거에 나서려는 사람은 집단적인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며, 당내 선거를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종교를 포함하는 사회단체들은 정당의 비용 대비 효용을 계산하여 정당에 접근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정당당원의 폭증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민주당의 권리당원의 수는 160만 명이 넘었고, 국민의힘의 책임당원은 100만 명이 넘었다. 일반당원 또한 100-200만임을 고려하면 매우 큰 숫자이다.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가 있을 때마다 선거에 나서고자 하는 후보자들은 당원을 충원함으로써 자신의 당에 대한 충심과 기여를 증명하고, 대선과 같은 큰 선거에서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팬덤 지지자들이 당에 가입하고, 대권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종교집단 및 사회단체들도 단체가입을 시도한다. 특히 대권이 중요하고, 다음으로 당대표 선거가 당내 파벌들 간 공천권 분배와 관련하여 중요하다는 점에서 당원에게 인정받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해진 것이다.

어쩌면 정당민주화는 상당 부분 이루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2000년대 초반 “정당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새로운 정치를 하자”라는 노력은 당원의 증가와 당원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참여적 제도와 수사적 문화를 만들어냈다. 최근 당원주권주의라는 용어가 제기되고, 대의원의 권한을 줄이며, 당원 1인1표제를 실행하는 등 당내 민주주의와 당원 참여는 높아졌다. 실제로 정당의 대표들은 “당원은 정당의 심장”, “수백만 당원은 집단지성”이라는 말로 당원을 찬양하기도 한다. 한편 과정에서 “정당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라는 애초의 목표는 사라졌고, “정당을 당원에게 돌려주자”라는 구호가 늘어났다. 당원은 강조되었고, 상대정당과 지도부에 대한 비난과 비판은 늘어났으나, 국민에 대한 강조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절차적·실질적 민주주의, 정박자인가 엇박자인가

그렇다면, 정당민주주의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만약 정당의 민주화가 그 정당이 활동하는 나라의 민주주의를 개선하지 못하고, 오히려 퇴행시킬 수 있다면 정당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민주주의는 실질적 및 절차적 차원에서 정의할 수 있다. 실질적 민주주의는 지도자와 정치인들이 잘 할 경우 보상받고, 못할 경우 책임지고 물러나는 정치적 책임성과 유권자들의 필요와 요구에 대응하는 정치적 반응성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체제이다. 이와 같은 정치적 책임성과 반응성은 정치인들의 국민에 대한 진실성을 높일 수 있고, 부패를 낮춰 청렴성을 개선할 수 있고, 사회적 안정과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말은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말은 아니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절차적 제도와 문화를 요구한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독재화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들을 특징으로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공직자들은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의 동의를 정기적으로 받고, 공직활동의 법적 제한과 시간적 임기제한을 받아들이며, 시민의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스스로 감시와 제한을 수용한다. 정당의 자유로운 조직과 자율적인 활동 또한 절차적 민주주의에서 필수적 구성요소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제도들은 실질적 민주주의의 정치적 책임성과 반응성을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현재 우리가 가진 제도는 완전하지 않고, 실행하는 정치인과 유권자의 수준은 높지 못하기에 늘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당원주권주의, 1인1표제는 정말 민주적인가

다시 민주주의의 정의와 관련하여, 정당의 민주화가 과연 민주주의의 실질적 목표인 책임성과 반응성을 높이는가라는 질문에 답해 보자면, 현재 한국의 정당은 한국 민주주의를 개선하기보다는 퇴행을 부추기는 것이 분명하다. 우선 필자는 정당의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현재 한국 정당의 상태와 민주주의 관계를 세 가지 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해보겠다.

첫째, 정당의 당원중심주의는 당원들이 한국 사회와 민주주의라는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근시안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어쩌면 당원들도 사람이고 정치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정치나 민주주의를 깊이 생각해 볼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며, 정당이 제시하는 당내 경선이나 당대표 선거에 짧은 시간에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의 후보자나 주변 사람들의 주장을 간접적인 근거로 판단할 것이다. 결국 당원중심적 당내 선거는 당대표나 후보자들이 정당 당원들의 기호에 반응하게 하는 반면, 정작 이들이 당 밖으로 나아가 국민들의 마음을 얻고, 정치적 책임성과 반응성을 구현하여 정당을 발전시킬 자질과 능력을 제한한다. 당원 중심주의는 당을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게 만들어 정당을 이기적으로 변화시킨다.

둘째, 당원주권주의, 1인1표제는 엄밀히 보자면 비민주적이다. 민주당의 경우 호남과 호남 출신이 많은 수도권 당원의 비율이 70~80%이고, 국민의힘은 영남의 당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나아가 정당 당원 중 50~60대의 비율은 다른 세대에 비해 매우 높다. 이러한 지역적 및 인구학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1인1표제가 민주적이라는 말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특정 다수의 독재를 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당원의 생각을 더욱 정당중심으로만 몰아가서 더 큰 생각과 숙의를 못하게 차단하는 우민화에 해당한다. 나아가 1인1표제 당원중심주의는 정당이 스스로 민주적으로 더욱더 발전할 수 있는 구상과 생각을 못하게 한다. 이미 정당민주화가 이루어 졌는데, 무엇을 더 민주화한단 말인가? 정당이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기관이라면 정당의 지도부는 당원들이 좀 더 민주적 덕성과 자질을 갖추는 방향에서 당내 제도와 행사를 기획할 필요가 있고, 정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함에도, 지금의 당원중심주의는 정당을 이러한 민주적 규범과 발전적 도전과는 멀어지게 만든다.

셋째, 현재와 같은 방식의 당내 민주화는 정당 스스로에게도 불이익이 된다. 현재 당원 중심적 당내 선거는 국민의 생각과 괴리된 지도부와 후보를 선출하는 경향을 초래한다. 당원들이 선호하는 후보와 국민이 선호하는 후보 간 괴리는 어떻게 보자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당원 중심주의는 보다 극단적인 당원과 세력의 목소리를 높여 주는 방향으로 작동된다는 점에서 그 괴리와 간극을 정당 스스로가 넓히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반복된다면, 정당은 국민과 더욱 멀어질 것이 자명하다.

당원 VS. 국민,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그러나 한국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위와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왜 당내 민주주의를 주창하고 당원 중심적 제도들을 실행하고 당원을 찬양하는가? 이는 한국정치의 권력이 진자 운동을 하듯 권력을 주고받고, 이를 양대 정당이 카르텔처럼 이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통령제는 그 권력의 전리품이 너무나 크기에 정당들이 사활을 건다. 대권을 가진 정당은 대통령의 권력과 후광을 선거에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한국의 선거제도는 비례대표제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제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 다수제적 선거제도는 정당의 수를 둘로 줄이고, 두 세력 간 시차를 두고 권력을 주고받게 하는 진자 운동적 정치를 형성한다. 이를 고려할 때, 한국의 정당이 스스로 개선과 혁신을 하여 국민의 마음을 얻고 권력에 도전하기보다는 당내 권력을 차지하고, 기다리는 수세적 집권전략을 채택하게 만든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면 대권은 돌아오기에, 그간 대통령의 실수와 실패를 최대한 유발하고, 국회와 지방정부의 권력에서 기다리며, 당내 권력을 잡고 있으면 기회는 온다는 것이다. 즉 당내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정당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정당의 당원은 늘어났지만, 정당은 오히려 국민에게 다가가지 않고 스스로 배타적인 집단이 되어 가는 중이다.

현재 정당은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특정) 당원과 집단에 머물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2000년대 초반 삼김이 후퇴하고 권위주의 유산과 결별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개혁조치들이 과연 한국 민주주의와 정치를 발전시켰는지를 새롭게 검토해야 할 시기가 왔다. 현재 한국의 정당은 국민정서와 괴리가 있고, 상식적인 사람들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반면 정당을 이용하려는 세력이나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장이 되었으며, 이것이 당원중심주의 및 정당민주주의라는 기만적인 말로 포장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의 정당개혁이 20세기의 한국정치를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과 몸부림이었지만, 이것이 21세기 한국에 걸맞은 정당의 모습을 아직 만들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이미 경제적으로 년간 2,700조를 생산하고, 민주적 제도들을 갖추고 있으며, 강력한 정부가 공적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교육받은 인재가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다원화된 선진국이다. 나아가 한국은 국내정치에 대한 불만으로 스스로 성취한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에 인색하지만, 외국에서는 한국의 선거와 민주주의를 우러러보고, 국제사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긍정적 역할을 기대하기도 한다. 한국의 주요 정당은 현재의 성취가 계속되도록 스스로 과거와 현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개선에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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